[‘2·11 보조금 대란’ 이후-계속되는 ‘악순환’ 근절 대책은] 판매·서비스 분리가 답인데…
입력 2014-02-13 01:34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사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판매까지 담당하고 이통사는 서비스 가입만 받는 방법이다.
현재는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까지 겸하고 있다.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이 나눠지면 이통사 입장에선 단말기 보조금을 쓸 이유가 없어지고, 제조사는 이통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제조사, 이통사 그리고 정부까지 이 방법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도 최근까지 수차례 “장기적으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는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제조사와 이통사 모두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프리미엄 폰+고가요금제’ 체제로 형성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리미엄 폰을 팔고 싶은 제조사와 비싼 요금제로 이용자를 묶어두고 싶은 이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조금을 얹은 프리미엄 폰을 비싼 요금제로 2년 약정을 맺는 게 국내 이동전화 유통 구조상에서 소비자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출고가가 기존 프리미엄 폰의 절반 수준인 구글 넥서스5를 무약정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갤럭시S4 LTE-A나 G2 등을 보조금을 받고 2년 약정 조건으로 사는 게 더 저렴하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2·11 대란’ 같은 불법 보조금 전쟁은 언제라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방통위의 불법 보조금 단속도 한계가 있다 보니 보조금 살포는 계속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불법 보조금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또 방통위가 단속을 강화할수록 대리점의 수법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어 단속의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방통위 단속이 없는 심야시간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습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공지하고 다음날 직접 매장을 방문해 가입하도록 하는 ‘떴다방 보조금’까지 나타났다. 개통 가능 시간 이후에 계속 예약 가입을 받아 밤새 매장에서 줄을 서게 만드는 ‘뻗치기 보조금’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보조금 단속이 오히려 보조금을 음성화시킨다며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통사 대리점이 방통위의 감시를 피해 보조금을 투입하다 보니 정보에 민감한 극소수만 혜택을 반복적으로 누리고 대다수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봐 단속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