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이상화 독보적 스케이팅 기술 분석해보니…
입력 2014-02-13 01:33
“마치 우사인 볼트 같았다.”
12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는 이상화를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에 비유했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이상화를 꼽았던 ‘살아 있는 전설’ 예니 볼프(독일)는 “이상화의 기술은 완벽했다”고 손을 치켜들었다. 이처럼 이상화의 스케이팅은 압도적이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도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공한 선수 프로필에 따르면 이상화는 165㎝, 62㎏의 신체조건을 가졌다. 신장이 170㎝를 넘고 체중이 70㎏ 안팎인 서구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다. 이상화와 이번 500m 2차 레이스를 함께 뛴 왕베이싱(중국) 역시 174㎝, 66㎏으로 건장하다.
단거리에서 키가 작으면 스트로크(보폭) 거리가 짧기 때문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상화가 세계신기록 행진과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비결은 얼음판을 미는 강한 힘 덕분이다. 본인은 싫어하지만 애칭이 돼버린 ‘꿀벅지’, 튼튼한 하체가 파워의 근원이다.
지난해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60㎝로 밴쿠버올림픽 때의 57㎝보다 3㎝ 늘었다. 종아리 근육도 여자 대표팀 평균치보다 4㎝ 이상 굵다. 반대로 체중은 밴쿠버올림픽 당시 65.6㎏에서 현재 62㎏으로 감량했다. 이상화 본인은 5㎏ 이상 감량해 60㎏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근육량을 늘려 파워는 유지하면서도 훨씬 날씬해진 이상화는 스케이트를 탈 때 공기 저항이 줄어 빠르게 속도가 붙게 됐다. 체격의 열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바꾼 것이다.
게다가 이상화의 스케이팅 기술은 완벽한 경지에 올라있다. 우선 스타트와 초반 레이스가 거의 완벽해졌다. 이상화는 과거 초반 100m가 상대적으로 늦지만 후반 들어 탁월한 스퍼트 능력을 앞세워 가속도를 붙이는 ‘슬로 스타터’였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초반 스피드와 리듬감을 끌어올리는 스타트 훈련에 집중했다. 덕분에 10초30대였던 초반 100m 기록은 10초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36초36의 세계기록을 작성한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는 첫 100m를 무려 10초09에 끊는 괴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상화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자세를 한층 낮추고 빙판을 교차하는 스트로크 수를 늘렸다. 특히 스트로크의 경우 다른 선수들이 10번 교차할 때 이상화는 12번 교차하기 때문에 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런 자세와 스트로크는 체력 부담이 따르지만 이상화는 체력훈련과 함께 1000m 훈련에도 주력해 경기 내내 근지구력으로 버틸 수 있게 됐다.
단거리 선수에 적합한 몸, 스타트를 보완한 스케이팅 기술, 근지구력까지 겸비한 이상화는 마침내 ‘완벽한 스케이터’가 됐다. 피땀 흘리며 스스로 이뤄낸 진화야말로 바로 올림픽 500m 2연패를 일구어낸 원동력이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