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아내 “남편 죽지 않았고 깨어날 것” 시신 7년 동안 거실에 보관
입력 2014-02-13 01:25 수정 2014-02-13 01:33
숨진 남편의 시신을 7년간 집 거실에 보관해온 약사가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남편이 곧 깨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장례를 치르지 않고 시신을 집안에 보관해온 혐의(사체유기)로 약사 조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2006년 남편 신모(당시 42세)씨는 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수개월 투병 끝에 이듬해 남편이 숨지자 조씨는 시신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거실에 보관했다. 조씨와 자녀 3명, 시누이는 시신과 함께 살면서 아침에 시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외부인과의 접촉은 줄였지만 약사 일을 계속했다. 2008년에는 신씨가 다니던 직장에 찾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대신 퇴직 신청을 하기도 했다.
제보를 접수한 경찰이 지난해 12월 19일 조씨 집에 압수수색을 위해 들이닥쳤을 때 신씨 시신은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을 덮은 채 놓여 있었다. 잠을 자는 모양새였다. 조씨가 수시로 옷을 갈아입힌 듯 옷차림새도 깔끔했다.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을 쳐 놨다.
경찰 관계자는 “냄새가 약간 나긴 했지만 시신 상태도 전반적으로 깨끗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병원 진료기록 및 당시 신씨를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를 토대로 신씨가 2007년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7년간 보관돼 왔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며 “약사였던 조씨가 임의로 방부 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씨가 시신에 어떤 처치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조씨는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죽지 않았고 기도를 하면 곧 깨어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발견한 뒤 남편 장례를 치렀다”며 “조씨와 친지 등을 상대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