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불황 늪’서 허우적… 2013년 주유소 310곳 폐업·393곳 휴업

입력 2014-02-13 01:33

불황 여파로 문을 닫는 주유소가 급증했다. 정유업계도 불황의 터널을 좀처럼 빠지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12일 지난해에 310곳의 주유소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폐업 주유소 수는 2008년 101곳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2년 261곳으로 늘었고 2013년 300곳을 돌파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 폐업 주유소가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37곳) 강원(36곳) 경북(34곳)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휴업한 주유소도 393곳이나 됐다. 휴업은 폐업 자금조차 없는 주유소가 임시방편으로 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유소 휴폐업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이익률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의 평균 매출이익률은 4%대로 카드수수료 1.5%를 제외하면 실제 2%대에 불과하다.

주유소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주유소는 1만3000개 이상으로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적정 주유소 수를 8000개 안팎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유가 안정을 목표로 도입한 알뜰주유소도 이미 포화상태인 주요소 시장에 출혈 경쟁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전국에는 1000곳 이상의 알뜰주요소가 영업 중이다.

정유업계의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실적 발표를 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대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영업이익이 2조959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4.3%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818억원(영업이익률 2.1%)으로 쪼그라들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영업이익 9001억원(영업이익률 2.0%)과 3992억원(영업이익률 1.3%)으로 적자를 간신히 면한 정도의 마진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실적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유사들도 화학사업과 석유개발사업 등 비정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