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카데미 최고 기대작 ‘아메리칸 허슬’… 美 범죄소탕 영화화

입력 2014-02-13 01:31


영화 ‘아메리칸 허슬’(감독 데이비드 O. 러셀)에서 스크린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대머리에 ‘똥배’가 인상적인 한 아저씨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정수리 주변에 부분 가발을 붙이는 ‘작업’에 정성을 쏟는다. 가짜 머리를 정돈한 뒤 빗질을 하고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아저씨, 낯이 익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나이트’(2008)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등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40)이다. 그의 변신도 놀랍지만 도대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기에 이토록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한 건지 궁금해진다.

‘아메리칸 허슬’은 197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희대의 범죄소탕 작전 ‘앱스캠 스캔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작전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사기꾼들 도움을 받아 벌인 함정수사로 뇌물을 수수한 뉴저지 시장과 하원의원 6명 등을 검거한 사건이다. 극중 베일이 연기한 캐릭터는 사기꾼 어빙 역. 그는 소심한 중년의 사기꾼 어빙 역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20㎏이나 찌웠다고 한다.

‘아메리칸 허슬’이 주목받는 건 지난해 이 영화를 둘러싼 해외 언론과 평단의 격찬 때문이다. ‘당신 삶에서 (영화 상영시간인) 140분을 소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이 영화를 보는 것’(타임), ‘올해 최고의 영화’(허핑턴포스트) ‘올해 나온 그 어떤 영화보다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USA투데이)….

특히 이 작품은 다음 달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다관왕이 유력한 셈이다. 실제로 ‘아메리칸 허슬’은 지난달 12일 열린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로 왕십리CGV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아메리칸 허슬’은 이 작품을 둘러싼 호평의 이유를 짐작케 했다. 캐릭터들이 펼치는 각양각색 ‘작전’은 치밀하게 조직돼 있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법”이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들이 펼치는 사기의 공식이다.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신랄한 유머가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팝 음악은 영화의 감흥을 배가시키는 장치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어빙의 아내로 등장하는 로잘린 역의 제니퍼 로런스(24), 어빙의 조력자 시드니 역의 에이미 애덤스(40) 등이 특히 돋보인다. 리얼하게 재현해낸 70년대 미국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