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너무하네… SSG닷컴 시스템 오류 피해 협력사에 떠넘겨

입력 2014-02-13 02:33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 입점해 있는 한 업체는 지난 1월 이곳에서 판매된 물량의 판매대금 중 60%를 받지 못했다. 이 업체의 판매대금은 매장 직원 월급 등에 쓸 예정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12일 “당장 써야 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곤란하게 됐다”면서도 “우리는 ‘을’이라 ‘갑’인 백화점한테 대금을 달라고 얘기도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업체는 신세계 측으로부터 어이없는 요구를 받았다. 이 업체의 일부 상품 가격은 신세계 측의 시스템 오류로 SSG닷컴에서 싼 가격으로 표시돼 팔렸는데, 원래 가격과의 차액을 업체가 일부 부담해 달라는 요구였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지난달 1일 문을 연 SSG닷컴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질타를 받은 신세계 측이 이번에는 그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입점 업체들은 SSG닷컴의 대금 결제 시스템 오류로 판매된 제품의 결제 내역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지난 1월 판매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물건값의 40%라도 받았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아예 받지 못했다”면서 “신세계 측은 시스템 오류의 문제점들이 ‘거의 다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가 또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업체들 사이에선 주문과 결제 내역 조회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신세계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시스템 오류로 제품 가격 정보가 잘못 올라가면서 손실금액 일부를 공급 업체에 부담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SSG닷컴에는 일부 제품이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게재됐다. 신세계 측이 결제한 고객에게 구매 취소를 요청했으나 고객들이 반발하자 금액 손실분을 공급업체에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매출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온라인몰 매출이 통합 이전 매출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입점 업체들의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 고객 주문 데이터가 들어오지 않아 직접 수기로 대조 작업을 하거나 상품 데이터베이스가 사라지면서 수백개의 물품 목록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배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송이 지연되면서 고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신세계 측은 곧바로 진위 파악에 나섰다. 신세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대금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설사 금액 손실분을 부담하라는 요구를 했더라도 성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한 뒤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금 지급을 완료하지 못한 기업들엔 보상 지연에 따른 비용까지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