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 공사, 싼 가격 업체에 맡겨 이지경”… 수리 제도 개선 공청회
입력 2014-02-13 01:31
소중한 문화재 복원 공사가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맡겨지는 현행 문화재 수리 입찰 제도의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제도, 수리품셈제도 등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판 받았다.
최근 숭례문 부실 복구, 문화재 기술자의 자격증 대여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1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문화재 수리체계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문화재 수리공사에 일반 건설공사와 마찬가지로 ‘적격심사제도’가 적용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적격심사제도는 정부 발주공사 입찰에서 기술능력과 입찰가격을 종합 심사, 일정 점수를 넘으면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전 교수는 예산 비중이 가장 높은 사업비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문화재 공사의 경우 평가 비중이 입찰가격 80점인 데 반해 수행능력 평가는 20점에 불과, 입찰가격 의존도가 높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한번 훼손되면 그 가치를 되돌릴 수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다루는 공사에서 가격으로 공사 업체를 선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입찰 과정에서 수행능력 평가 배점을 높이고 세부 기준을 문화재청이 별도로 만드는 방향으로 업체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명섭 경북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1971년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시험이 도입된 이후 개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기술자들의 전문성과 현장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며 시험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된 자격시험 관리 권한을 환수하고 대신 ‘문화재수리안전공단’을 설립해 위임하는 방안, 문화재청이 일정 기간의 경력자에 대한 체계적 인력관리제도를 시행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왕직 명지대 교수는 문화재 수리장인 명칭의 경우 자긍심을 높이고 전통성을 살리는 이름을 붙이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