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오너들 집행유예, 正道경영 계기 되길

입력 2014-02-13 01:37

법정구속됐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LIG그룹 구자원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모두 풀려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공교롭게도 과거 비리를 저지른 재벌 회장에게 관행처럼 내려졌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엄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반성과 함께 정도경영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이 다른 대기업 오너들에게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의 경우 회사 자산을 개인 치부에 활용하지 않아 다소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경영 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우리 형법에 규정된 배임죄가 창의적인 경영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순조롭게 경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 이사회·대표이사와 감사로 구성돼 있지만 우리의 경우 오너의 권한과 책임은 무한대에 가깝다. 많지 않은 지분으로 사실상 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남다른 윤리의식과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비윤리적 처신으로 종업원들의 실직은 물론 국가경제까지 휘청거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다 적발된 기업은 입찰에서도 제외되는 등 최근 선진국의 기업윤리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우리도 일정 규모의 기업에는 반드시 준법감시인을 두도록 해 모든 기업 활동이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을 강조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기업 오너들의 비리는 이 같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고도 소비사회에 접어든 현대에는 기업윤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거래 상대방은 물론 소비자로부터도 외면받기 마련이다. 비리가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기만 해도 그룹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추락해 위기를 자초한다는 사실은 재벌 오너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이번 판결이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기업을 운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