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봄 오나… 중견 건설사 기지개

입력 2014-02-13 01:36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주택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던 중견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시장에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공급을 주저해왔던 중견 건설사들이 분양시장 회복 움직임에 공급 계획을 적극적으로 늘려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 아파트를 주로 공급해왔던 부영은 12일 올해 최대 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영은 지난해에도 1만6000여 가구를 공급해 중견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수준의 물량을 공급했다. 혁신도시를 비롯해 지방에 다수의 사업지를 보유한 만큼 지방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계획이 유동적이지만 경북·원주 혁신도시를 비롯해 부산 신호지구, 전주 하가지구, 여수 웅천지구 등에서 공급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3600여 가구를 공급했던 호반건설은 올해 최대 1만8000여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단계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광주 동구 월남지구에서 ‘2차 호반 베르디움’을 시작으로 전북 혁신도시, 천안 불당지구, 대구 테크노폴리스, 인천 송도 등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동탄신도시 등에서 인기몰이를 한 반도건설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62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달 말 동탄2신도시에 이어 3월에는 경남 양산신도시 등에서 꾸준히 물량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해 중견 건설사 중에서 많은 편인 1만1543가구(임대 및 주거용 오피스텔 포함)를 공급한 중흥건설도 올해 9200여 가구를 내놓을 방침이다.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중인 동문건설은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단 86가구를 공급한 것이 전부였지만 올해는 최대 64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수주한 충남 천안 신부주공2 재건축 공사를 맡아 2100여 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자체 택지를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평택시(3800여 가구)와 수원(290가구) 등에서 공급을 재개한다. 이 밖에 우미건설과 유승종합건설도 각각 4400여 가구와 2400여 가구의 공급 계획을 짜놓은 상태다.

중견 건설사들이 이처럼 주택 공급 계획을 늘려 잡은 것은 올해 신규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지난달 중견 주택건설사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설문 조사에서 94개 회원사의 40%가 올해 집값 전망과 관련해 ‘보합세 유지 후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완만한 하락 국면을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은 16%였다. 또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 상품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꼽은 응답도 27%로 가장 많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시기를 저울질하던 회사들이 올해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털고 가자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공급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각종 세제 혜택이 종료된 데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 시장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의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수도권과의 온도차도 생길 수 있다. 분양 성적에 따라 분양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3월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세제 혜택 일몰 후 본격적으로 분양에 들어가는 것이어서 다음달 분양 성적을 통해 올해 분양 시장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