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항일투쟁 열사에게 84년만에 명예졸업장 수여
입력 2014-02-12 16:52
[쿠키 사회] 일제강점기 고교생들의 동맹휴교를 주도하다 퇴학처분을 받은 민족열사가 84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광주일고는 12일 열린 졸업식에서 광주고보(현 광주일고) 재학 중 퇴학 처리된 고 허창두씨의 아들 허경민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고 허창두씨는 1928년 4월 이 학교에서 식민지 노예교육 거부와 민족해방을 부르짖으며 동맹휴교를 주도했다가 불온전단을 뿌렸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했다.
동맹휴교는 광주고보 5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같은 이유로 구속된 것이 기폭제가 돼 1928년 6월 26일부터 10월까지 이 학교의 광주고보 2·3·4·5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했던 사건이다.
이들은 당시 구속 학생의 석방과 조선인 교사 채용과 한국역사 수업시간 증설, 도서실의 한국 서적과 신문 비치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이 학교 학부모와 졸업생들도 5개월에 걸쳐 연대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일제의 폭압으로 동맹휴학은 중단됐고 이로 인해 광주고보 학생 15명이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또 그해 5학년이던 고 홍창우씨 등 39명도 주모자로 몰려 학교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 광주고보로 유학을 왔던 그는 퇴학을 당한 후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그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학교 측에서는 1945년 해방 이후 당시 퇴학당한 학생 등 독립유공자를 찾게 되면 해마다 명예졸업장을 수여했으나 고 허창두씨에게는 졸업장을 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이 학교 동문들과 일본에 거주하는 허씨의 아들이 연락을 하게 돼 이번 졸업식에 뒤늦은 명예졸업장을 주게 된 것이다.
광주일고 양정기 교장은 “84년 만에 고인이 된 허창두씨에게 우여곡절 끝에 명예졸업장을 드리게 됐다”며 “항일운동에 앞장 선 그분의 정신과 의지를 기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