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600만명 돌파 영화 ‘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 “흥행 성공할 거라 믿었어요”
입력 2014-02-13 01:35
“이런 일이 있었어요. 커플로 보이는 남녀 학생이었는데, 남학생은 재미가 없는지 영화 보는 내내 잘 안 웃더라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여학생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나중에 엄마랑 다시 보러와야겠다.’ 제겐 그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웃음).”
영화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43) 감독. 최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12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 당일 성적은 별로였어요. 박스오피스 순위가 (‘겨울왕국’ ‘피끓는 청춘’에 이어) 3위에 그쳤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결국 흥행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어요. 개봉을 앞두고 2주간 지방을 돌며 시사회를 열었는데 가는 곳마다 반응이 좋았거든요. 결국 (순위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죠.”
‘수상한 그녀’는 20대 여성의 몸으로 돌아간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상영 내내 폭소를 자아내다 결국엔 관객의 코끝을 알싸하게 만든다. 주인공 역을 열연한 배우 심은경(20)을 비롯해 나문희(73) 성동일(47) 등이 보여주는 안정된 연기력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작품이다.
“시나리오 초고에서 설정된 주인공 캐릭터는 지금과 달랐어요. 날씬하고 섹시한 20대 여성이었죠. 하지만 저의 ‘개그 코드’를 작품에 녹여내려면 조금 ‘골 때리는’ 느낌을 주는, 그런 주인공을 내세워야했어요. 그런 역할을 잘 소화해낼 배우를 생각해보니 심은경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황 감독의 이력을 확인하면 ‘수상한 그녀’는 굉장히 특이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황 감독은 사회의 환부를 들추거나 관객의 감성을 예리하게 건드는 영화를 만들어온 인물. 가령 그의 데뷔작은 사형수 아버지와 어린시절 해외로 입양된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절절한 영화 ‘마이 파더’(2007)였다. 출세작 역시 개봉 당시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고발성 짙은 작품 ‘도가니’(2001)였다.
특히 ‘도가니’는 교직원이 청각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영화화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공분을 자아내며 영화 한 편이 가질 수 있는 힘의 크기를 보여줬다.
황 감독은 “‘도가니’가 흥행한 뒤 비슷한 느낌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며 “하지만 난 즐거운 영화를 만들며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도가니’를 만드는 내내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어두운 영화를 찍으면 촬영할 땐 마음도 무겁거든요. 너무 암담해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죠. ‘수상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밝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된 영화예요. 다음엔 공상과학(SF)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직 ‘수상한 그녀’를 못 본 이들에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영화 말미엔 톱스타 한 명이 깜짝 등장한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 김수현(26)이 그 주인공이다. 황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 김수현을 섭외하게 된 걸까.
“처음엔 유아인(28)씨나 송중기(29)씨 등도 검토했는데, 결국엔 김수현씨로 결정하게 됐어요. 알고 보니 김수현씨가 ‘도가니’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캐스팅은 생각보다 쉽게 성사됐었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