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m 넘게 쌓인 눈에 영동지역은 '올 스톱'

입력 2014-02-12 16:15

[쿠키 사회] 12일 오전 9시 강원도 원주에서 강릉을 잇는 영동고속도로에서는 군부대 중장비를 실은 수십여대의 차량이 굉음을 내뿜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중장비는 영동지역의 긴급 제설작전을 위해 군부대가 영서에서 영동으로 급파한 중장비들이다. 1군사령부 윤원식 정훈공보참모는 “11일부터 1군 사령부의 필수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 1만6000여명과 가용한 중장비를 영동지역에 급파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 횡계IC를 지나자마자 고속도로 주변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강릉휴게소에서는 직원들이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쌓인 눈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휴게소를 찾은 운전자들은 2m가 넘게 쌓인 눈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쯤 강릉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 6개 중 4개는 눈으로 막혀 통행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하이패스 구간을 이용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톨게이트를 벗어나자 상황은 심각했다. 차로는 절반으로 줄었고 인도와 맞붙어 있는 도로변에는 미처 꺼내지 못한 차량과 제설작업으로 인해 쌓인 눈이 한데 뒤엉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할 수 없었다.

큰 도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주택가 골목과 이면도로는 제설장비의 투입이 어려워 사람의 힘으로만 눈을 치우고 있는 형편이다. 강릉 내곡동에서 세차장의 눈을 치우던 최진만(58)씨는 “이번 눈으로 일주일째 영업을 못해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판”이라면서 “장비를 부르고 싶어도 모두 제설작업에 투입돼 구할 수도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치우던 시민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눈을 치우던 김종오(80)씨는 “생전에 강릉에 이렇게 큰 눈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6일째 골목길 눈을 치우고 있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도로 곳곳에는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들이 차로를 차지 한 채 제설작업에 한창이었다. 눈으로 고립된 마을에는 도내 각 시·군에서 지원을 나온 자원봉사자, 군인, 소방·경찰인력들이 함께 힘을 모아 길을 내고, 지붕의 눈을 치웠다.

동해안 일대 횟집을 비롯한 식당 등지에는 발길이 뚝 끊겨 평소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동해안 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하고 항·포구에 대피해 있었다. 영동지역 6개 시·군의 58개 항·포구에 발이 묶인 어선은 모두 2883척으로 손실액만 하루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쯤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자 눈을 치우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눈 피해를 입은 속초지역에 인천공항의 고성능 제설장비 3대를 13일 긴급 투입키로 했다. 지원 장비는 공항 폭설 발생 시 활주로 주변에 쌓인 눈을 강한 바람으로 제거하는 고성능 송풍기 2대와 유리목스노우블로어 1대다. 이 장비는 시간당 4000t의 눈 더미를 55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폭설피해 대책과 관련한 긴급 협의회를 열어 강원도와 경상북도 산간·해안 지역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강릉=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