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LIG 구자원 회장 집유 선고’ 재계 반색… 경제살리기 선회 여부 주목
입력 2014-02-12 03:40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심에서 법정구속 된 지 1년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재계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발맞춰 기업을 옥죄던 정부와 사법부가 경제살리기에 힘을 싣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벌가 사법 처리와 관련한 사법부의 기류 변화 가능성은 최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사건에서 감지됐다. 조 회장 혐의는 횡령·배임 등 범죄액수만 해도 7939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9일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영장을 기각했다.
정부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연초 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했으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계는 설 연휴 직후 잇따라 열리는 총수들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대내외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아 기업들은 숨쉬기도 힘들다”며 “김 회장과 구 회장의 집행유예는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은 판결 이후 “3년6개월간 지속된 재판으로 태양광 관련 투자나 이라크 건설사업 추진 등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LIG그룹은 구 회장의 집행유예는 환영했지만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의 실형과 1심에서 무죄였던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의 법정구속에 대해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제 재계의 이목은 14일 열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과 이달 말쯤 예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쏠리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남은 재판도 긍정적 판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