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제안 전격 수용하면서 성사…남북 고위급 접촉 이뤄지기까지

입력 2014-02-12 03:35

북측은 12일 개최되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관례대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참가하지만 남측은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회담 또는 접촉에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수석대표를 맡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측은 토요일인 지난 8일 오후 5시쯤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고위급 접촉을 열자고 전격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한 지 불과 3일 만이다. 발신자는 ‘북한 국방위원회’, 수신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었다. 정부는 바로 수락 의사를 밝힌 뒤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주말은 물론 계속 쉴 새 없이 수석대표의 ‘급(級)’과 날짜, 장소를 놓고 북측과 협의를 벌였고 11일 오후에야 합의에 도달했다. 일각에선 판문점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주말에 비밀 접촉이 시작된 것을 놓고 남북이 사전에 비선(秘線)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 회담 경험이 전무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서게 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북측이 먼저 카운터파트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인사를 지목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것은 앞으로 남북 관계에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나오게 한다. 다만 이번 접촉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그 부담은 청와대가 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오랜 카운터파트이자 남북관계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이번 접촉에서 사실상 소외된 모양새다. 통일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응하면서 재량권 없이 청와대의 지시에 일일이 움직여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각에선 통일부 입지가 앞으로 더욱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자신들의) 관심사를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는 인사를 청와대 관계자로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고위급 대화를 ‘회담’이 아닌 ‘접촉’으로 규정했다. ‘접촉’은 통상적으로 남북의 과장급 실무자들이 만날 때 쓰는 용어다. 남북은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들이 만나 대화를 할 때 대개 ‘고위급 회담’이란 명칭을 써 왔는데, 이런 형식과 구분하기 위해 ‘접촉’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접촉은 향후 본격적인 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고위급 회담은 1990~92년 모두 8차례 본회담이 열렸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다. 당시 남북은 각각 총리급이 대표로 참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