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개선 상호 의지 확인 ‘탐색전’ 성격 짙어
입력 2014-02-12 03:34
남북이 12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모처럼 대화모드로 접어들었다. 이번 접촉은 일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상호 의지를 확인하는 ‘탐색전’ 성격이 짙다. 접촉 성과에 따라 남북관계가 기존 대결 국면에서 벗어나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남북이 공감대 대신 이견만 확인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정체 또는 악화될 수도 있다.
◇향후 남북관계 판가름할 분수령=북한의 제의로 접촉이 이뤄지는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내보임과 동시에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계속 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고위급 접촉에서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중대제안의 이행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북한이 올해를 기점으로 남측에 대해 유화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위급 접촉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날짜를 잡은 것 외에는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진정성을 내보이고,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후에도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기 위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장성택 숙청 이후 더욱 심화된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고 김정은 체제 안정을 위한 유리한 대내외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 등 대외 관계가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하지 않고서는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주요 의제는 무엇=북한은 고위급 접촉에서 우선 중대제안을 선전하고 이행방안을 우선 논의하자고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중대제안에서 상호 비방 중상 및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요구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한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남북 경제협력 사업 등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대행위 금지와 교류 활성화 등을 언급하며 우리 측에 신규 투자 등을 금지한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고위급 접촉에서 핵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에서 핵문제에 대한 대외 창구가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이라는 점에서다.
우리 정부는 우선 코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여기에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문제도 함께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도 북측에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