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유지땐 공약 파기 폐지땐 5000여명 탈당 민주당 막판 딜레마

입력 2014-02-12 02:31

민주당이 6·4지방선거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놓고 막판 딜레마에 빠졌다. 새누리당이 끝까지 폐지를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 무공천을 실행할 것인지가 핵심 고민이다. 공천 폐지를 포기하면 대선 공약 파기이고, 단독으로 공천을 폐지한다면 핵심당원 5000여명이 탈당을 해야 할 형편이다. 어느 쪽이든 정치적 부담이 크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공천을 하려면 선거에 나가려는 민주당 당원들을 사실상 강제로 탈당시켜야 한다”며 “현직 시·군·구 단체장 및 기초의원과 후보군을 합치면 5000명이 넘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49조6항에는 ‘정당의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이 무공천할 경우 기초선거에 입후보하는 당원들이 모두 탈당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방 행정부와 의회를 구성할 핵심당원들이 동시 탈당할 경우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고, 상당수는 안철수 신당으로 흡수될 수 있다.

김한길 대표와 당 소속 광역단체장 및 시·도당 위원장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명분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 낫다”며 폐지를 주장했으나 참석자들은 대체로 공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이시종 충북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은 대규모 탈당에 따른 혼란을 이유로 공천 폐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민주당만 무공천하는 것은 정당 해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고, 최 지사도 “무공천을 하면 패배가 명확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당적이 있더라도 탈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도록 보완하자는 절충안도 제기됐다. 강운태 광주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절충안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약속을 안 지키는 정권의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키자”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개특위에서 협조할지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 공천 폐지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