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컬링 태극낭자들 日 잡고 올림픽 첫 승

입력 2014-02-12 02:33


빙판 위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올림픽 데뷔전인 한·일전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맛봤다.

김지선(27),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태극낭자 5인방’은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12대 7로 물리쳤다.

예상 밖 선전이었다. 국제컬링연맹(WCF)의 2012∼2013 최종 랭킹 10위인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데다 첫 상대가 숙적 일본(9위)이어서 여러 모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일본 대표팀은 실수를 연발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고개를 숙였다.

첫 승전보를 울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컬링을 접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컬링을 접한 지 16년째인 신미성은 성신여대 재학시절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보고 컬링 동아리를 찾은 게 운명이 됐다. 지난해 2월 첫 딸을 얻은 그는 2∼3개월 전부터 휴대전화 영상으로만 딸을 보고 있다. 목표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주장 김지선과 김은지는 중학교 때까지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다 고교시절 컬링으로 전환했다. 컬링 유학 중 만난 중국 컬링 대표선수 쉬샤오밍과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지선은 신혼여행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팀의 막내인 엄민지는 초등학교 때 컬링을 투포환인 줄 알고 잘못 찾아갔다가 컬링 브러시를 잡았다.

나이에 비해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이슬비는 고교 때 컬링 선수로 활약했지만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한동안 스톤을 놓아야 했다. 이슬비는 이후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정영섭 국가대표팀 감독의 권유로 컬링 선수에 복귀했다.

한국 컬링 기적의 드라마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 대표팀의 우선 목표는 리그전을 잘 통과해 1∼4등이 메달을 가리는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이다. 강력한 라이벌은 스위스, 스웨덴, 영국, 캐나다 등이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들이 자칫 큰일을 낼 수도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