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뇌성마비 형에게 바친 또 하나의 값진 金

입력 2014-02-12 02:33

“더 나은 선수가 되도록, 그리고 더 빨리, 더 멋지게 날도록 형이 나를 이끌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열린 소치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서 금메달을 따낸 알렉스 빌로도(27·캐나다)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친형 프레드릭(32)이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가 확정되자 알렉스는 곧바로 관중석으로 달려가 형을 번쩍 들어올렸다. 캐나다 국기를 함께 몸에 두른 형제는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형은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다.

1992년 알베르빌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된 모굴에서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알렉스에게 형은 각별했다. 선수생활의 고비마다 형은 알렉스가 한눈팔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해준 듬직한 버팀목이었다.

형 프레드릭은 어린 시절 뇌성마비 때문에 10세가 넘으면 걷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알렉스는 형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걸음마를 할 때부터 늘 붙어다녔다. 알렉스가 운동선수의 길을 선택해 훈련할 때도 형은 늘 동생의 곁을 지켰다. 알렉스의 기량이 나날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프레드릭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훈련하러 갈 때 밖에 비가 오거나 하면 짜증을 내곤 했는데 형을 보면서 바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형이 의사의 진단과 달리 아직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기 때문에 저는 ‘포기’라는 말을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알렉스는 프레드릭이 장애와 싸우는 과정과 비교하면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자신의 노력은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에게는 일상 하나하나가 크나큰 어려움”이라며 “그렇지만 형은 삶을 즐기기 때문에 아무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형이 장애가 없어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면 4연패를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스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토리노대회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토리노에서는 훈련 때 매번 성공한 착지에서 실수를 저질러 11위를 기록, 입상권에 들지 못해 실의에 빠졌었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뛰었잖아.” 형이 등을 토닥이면서 동생에게 건넨 이 말이 올림픽 모굴 2연패의 밑거름이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