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모태범, 아쉬움 털고 1000m서 명예회복 노린다
입력 2014-02-12 02:31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이 네덜란드의 벽에 막혀 500m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림픽 2연패를 노렸던 만큼 실망은 크지만 모태범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일(한국시간) 1000m가 남아 있다.
모태범은 10일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69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69초76)와 4년 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밴쿠버올림픽(69초95)보다 좋은 기록이지만 1위를 차지한 미첼 뮐더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워낙 잘 탔다.
다만 모태범의 스타트가 다른 대회보다 좋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100m를 9초68에 끊었고, 2차 레이스에서는 9초63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의 스타트 기록(1차 9초59, 2차 9초56)보다 뒤떨어진다.
반면 네덜란드 3인방은 스타트한 뒤 100m 기록이 대부분 9초50대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빙속 장거리 강국이었던 네덜란드는 최근 스타트 능력 등 세밀한 기술까지 가미시켰다. 이번 대회 500m 금·은·동을 싹쓸이한 비결이다.
모태범은 이제 1000m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종목이다. 게다가 모태범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줄곧 1000m가 자신의 주 종목임을 강조해 왔으며 훈련 역시 500m보다 더욱 중점을 뒀다. 케빈 크로겟(캐나다) 코치도 모태범이 1000m에 더 강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크로켓 코치는 “1000m에선 모태범이 초반 600m에서 승부를 건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1000m에도 경쟁자들이 많다. 토리노와 밴쿠버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고, 5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합작한 뮐더 형제도 만만치 않다.
모태범은 11일 훈련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전날 4위에 그친 뒤 믹스트존에서 침묵을 지킨 모태범은 “어제는 ‘멘탈 붕괴’가 돼 죄송했다”며 “어제는 실수 없이 레이스를 했고, 네덜란드 선수들에 비해 스타트가 늦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어 “네덜란드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면서 “500m에서 실패한 만큼 1000m에서는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4년간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레이스에 전부 쏟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승훈이와는 선수촌에서 같은 방을 쓰는데 우리가 메달을 따내지 못해 아쉽지만 상화가 따낼 것이라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소치=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