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3대 비급여 개선 방안 내용과 전망] 선택진료비, 폐지한다더니…

입력 2014-02-12 02:33


큰 병원 가면 으레 따라붙던 ‘특진’ 명목의 선택진료비는 이름만 바꿔 살아남았다. 간병비 해결은 사실상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갔고, 6인실보다 넓은 병실을 쓸 때 내는 상급병실료는 병상 10개 중 1개에 보험 혜택이 추가되는 수준에서 조정됐다.

박근혜정부 앞에 놓인 대표적 의료개혁 이슈인 선택진료·상급병실료·간병비의 3대 비급여 개선안이 1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공개됐다. 지난해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 발표 때 빠진 뒤 8개월여 뜸을 들인 정부안의 핵심은 ‘선택진료제 생존’으로 요약된다. 전적으로 환자 주머니에서 나와 의료비 폭탄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선택진료비를 규모만 축소해 남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선택진료를 폐지하자는 지난해 정부 위원회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상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하반기에는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법 개정 사안은 아니어서 국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선택진료’에서 ‘전문진료의사 가산’으로=선택진료에 대한 정부 개선안은 3단계로 이뤄진다. 일단 올해는 선택진료비를 평균 35%쯤 깎아준다. 수술비가 100만원이라면 현재는 선택진료비 100%를 가산해 환자는 200만원을 내야 한다. 그걸 150만원(가산율 50%)으로 삭감한다. 진찰 가산은 55%에서 40%로, 영상검사 가산은 25%에서 15%로 내리는 식이다.

2015∼2016년에는 선택진료 의사 수를 의사 3명당 1명 정도로 줄인다. 현재는 10명 중 8명이 선택진료 의사로 대형병원에서는 선택진료비가 사실상 의무비용이었다. 개혁의 마지막해인 2017년에는 이렇게 줄여 놓은 선택진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절반씩 내므로 환자 부담은 다시 반으로 줄어든다. 이름은 ‘전문진료의사 가산제도’(가칭)로 바뀐다. 이렇게 2012년 현재 1조3000억원 규모인 선택진료비는 2017년 80%가 사라져 20%만 남게 된다.

◇전문가들 합의 뒤집은 정부=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걸 ‘의사를 골랐을 때 내는 별도 비용’이라는 의미의 선택진료 폐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복지부도 보도자료에는 ‘선택진료 폐지’ 대신 ‘비급여 선택진료 폐지’라고 적었다. ‘보험적용이 안 돼 환자가 전액 내던’ 선택진료가 없어진다는 의미인 셈이다.

선택진료 존치는 지난해 비급여 개선안 논의를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결정을 폐기했다는 점에서도 논란거리다. 11차 회의록을 보면 “위원장은 선택진료 폐지가 기획단 입장임을 밝힘. 이에 대해 일부 위원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의 우려는 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뿐 기획단 입장을 선택진료 폐지로 정리하는 것에 반대한 위원은 없었음”이라고 명기돼 있다. 기획단은 학계·의료계·언론계 등 전문가 16명이 참여했다.

선택진료의 규모를 축소하면서 도입된 ‘의료질향상분담금’(가칭)도 중복부담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한 해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 이 비용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은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무조건 일정액을 가산하는 방식이다(환자 부담 비율 50%).

이를테면 홍길동씨가 선택한 A병원의 A의사가 의료질향상분담금 및 전문진료의사 가산제도 대상이라면 홍길동씨는 의사를 선택한 비용(전문진료의사 가산)과 병원을 선택한 비용(의료질향상분담금)을 모두 내야 한다. 선택진료비는 폐지되지 않은 채 선택병원비가 추가된 형국이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계획에 대해 “보장성 강화가 아닌 병원들을 위한 수가 인상 종합세트”라고 반발했다.

◇보편적 병실 형태는 6인실→4인실로=상급병실료 개선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일반병상이 기존의 6인실에서 4∼5인실까지 확대된다. 현재 6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본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내는 반면 1∼5인실은 전액 환자 부담이다. 정부안 시행 후 일반병상의 비율은 현재 74%에서 83%까지 늘어난다. 대신 가격은 6인실이 100%라면 5인실 130%, 4인실 160%로 높게 책정된다.

간병비의 정부 해법은 올해 33개 공공병원에서 시행되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2015∼2017년 지방 및 중소병원들을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별도의 간병 인력을 두는 대신 선진국처럼 간호사가 간병서비스까지 함께 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이 지원하되 책정되는 간병비에 대해서는 환자가 50%를 부담한다. 당장 간호사 수급이 문제인 데다 병원 자율이어서 얼마나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