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가 권리금 법제화 움직임 가속 불구… 입법과정 험난

입력 2014-02-12 02:33


건물주의 소유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임차상인 권리를 보호할 것인가. 권리금 법제화 논의의 핵심이다. 권리금 보호제도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사실상 건물주들의 양보를 얼마나 받아낼지가 관건이다. 입법 과정이 험난하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정부의 논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공부 중’=권리금은 임차상인 간 주고받아온 오랜 관행이다. 이를 건물주가 요구하거나 가로채는 ‘약탈’ 행위마저 횡행하면서(국민일보 2014년 1월 13∼17일자 참조)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아직 정부는 이 관행을 법테두리 안에 넣을지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권리금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움직이고 있다. 임차상인 보호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들이 만들어낸 권리금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정부 차원에서) 인정할지 말지 숙고하는 단계”라며 “섣불리 법을 만들었다가 임대인이 다른 방식으로 임차상인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어 적절한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리금 논의의 출발점은 평가체계 개발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1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권리금 평가 메커니즘 개발을 강조했다. 권리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토지정책과와 부동산산업과 등을 중심으로 법제화 연구를 시작했다. 토지·건물을 감정·평가하는 한국감정평가협회를 산하 단체로 두고 있어 평가 틀 개발에 많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아직 권리금 법제화의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섣불리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법무부가 가닥을 잡으면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그러면 국토부가 어떤 일을 할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권리금과 임차상인 보호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상인들 “서둘러야”=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두 교수는 우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 방침이 임차상인 영업권을 보호하는 쪽이라면 일단 주인이 바뀌더라도 임차상인이 임차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대항력의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상인이 다른 상인에게 임차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권리금은 어떤 정책으로 접근하든 일단 제도권 안에 넣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고제 도입이 먼저”라며 “법 제도 안에 끌어들이고 나서 시장 논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차상인들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권구백 대표는 “지금도 주요 상권마다 권리금 약탈이 벌어지고 있는데 입법의 어려움 때문에 대응을 미룬다면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권리금 입법이 힘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 문제 등을 개정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