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진] 단발성 이벤트 성격 짙은 여론수렴

입력 2014-02-12 02:33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북한 관련 전문가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북한 경제 동향과 전망, 남북관계 상황, 통일 관련 연구방향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였다. 북한 전문가 10여명이 참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일 “기재부 차원에서 추진해 온 북한 관련 정책을 평가해보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시간 남짓 진행된 논의에서 ‘전문가 간담회’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한 참석자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부총리가 통일·북한 문제와 관련해 모두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짧게 얘기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한 장짜리 보도자료에서 통일 분야에 대한 첫 번째 간담회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어떤 논의를 이어갈지에 대해서 확정된 것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다는 단발성 이벤트 성격이 짙어 보인다.

지난 10일 열린 ‘기재부-KDI 작업반 회의’에서도 한 발 늦은 의견수렴 과정이 엿보인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를 불과 2주 앞두고 열린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교육·의료 분야 등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방안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3개년 계획이 중구난방 식 대책이 아니라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만 방대한 내용과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청와대의 일정에 쫓기면서도 기재부는 향후 우리 경제의 비전을 담은 정책과제 발굴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수립 시 의견수렴이 ‘구색 맞추기’에 머문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세종= 백상진 경제부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