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카페·문화센터 비과세 범위 폭넓게 인정
입력 2014-02-11 18:57 수정 2014-02-12 11:18
법원 “비영리 기독교 사회복지재단에 세금 부과는 부당” 판결
설립목적과 달리 수익사업을 벌였다며 비영리법인인 기독교 사회복지재단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계에선 나눔과 섬김이라는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비영리사업의 비과세 범위를 명확하게 인정한 판결이라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최근 밀알복지재단이 3억4300여만원의 세금 부과를 취소하라며 서울 강남구를 상대로 낸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일원로의 밀알아트센터에 대해 “특수학교 운영과 장애인복지에 관한 계몽 및 홍보사업이라는 밀알복지재단의 고유목적사업에 사용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당, 세미나실 일부, 카페, 빵집 등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밀알아트센터가 수익사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밀알아트센터 지하 2층에 있는 음악당과 관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밀알음악회 등을 열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며 이를 통해 밀알복지재단이 추구하는 가치인 사회통합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빵집과 카페가 발달장애 및 지적장애 청소년 등을 위해 설립된 밀알학교의 학부모와 밀알아트센터를 이용하는 사람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점도 감안했다. 또 매출을 밀알아트센터 운영비로 다시 사용했고 밀알학교 학생들이 카페와 빵집에서 청소, 상품진열, 판매보조 활동을 한 점을 근거로 수익사업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밀알아트센터는 2007∼2011년 매년 2억6000만∼5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며 “음악당이나 세미나실 일부를 통한 대관료수입은 최소한의 실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남구는 조만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큰 만큼 비영리사업자가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아니라고 판단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라며 “구 내부에선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검찰 지휘를 받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구는 2012년 5월 밀알아트센터의 미술관과 음악당 등에 대해 “밀알복지재단의 공익사업에 직접 사용되지 않아 과세 대상”이라며 재산세, 도시계획세 등을 부과했다. 3개월 뒤 밀알복지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당시 구는 밀알복지재단을 포함해 강남구에 있는 교회 등 11곳에 모두 5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소망교회는 수익사업 신고를 하지 않고 교회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600만원을 추징당했다. 청운교회는 교회 건물 내에 문화체육센터를 만들어 영어·스포츠 강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 추징금 1억1500여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교계에선 종교 및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비영리사업에까지 무리하게 세금을 부과해 종교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며 ‘표적 감사’라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구에 따르면 밀알복지재단 외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영리단체의 사업과 관련해 지방세 법규정에서는 어디까지를 수익사업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아 사안마다 판례를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