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찬경 형제 감독이 만든 이색적인 영화 ‘고진감래’… 꾸미지 않은 서울의 체취 그렸다

입력 2014-02-12 01:36

한국 영화계의 거물인 박찬욱(51) 감독과 그의 동생 박찬경(49) 감독이 서울을 주제로 한 이색적인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서울에 사는 내외국인들로부터 직접 찍은 서울에 관한 영상을 공모, 이들 영상을 편집해 만든 작품 ‘고진감래(Bitter, Sweet, Seoul/苦盡甘來)’다.

두 사람은 11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진감래’를 공개했다. 영화는 서울시가 주도한 서울 홍보 프로젝트 ‘우리의 영화, 서울’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 시사회장엔 박원순(58) 서울시장을 비롯해 영상 제작에 참여한 응모자 등 총 270여명이 참석했다.

영상 공모는 지난해 8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98일간 진행됐다. 공모는 ‘당신은 서울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서울과 관련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당신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등 총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접수된 영상은 1만1852개, 영상의 총 길이는 9561분에 달한다. 박찬욱·박찬경 감독은 이들 영상 중 154편을 엄선했다.

과거의 서울 홍보 영상과 달리 서울의 과거와 현재, 서울 시민들의 일상 등을 담백하게 담아냈다는 점이 ‘고진감래’의 특징이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도 돋보인다. 영화는 이날 오후 3시쯤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공개됐다.

영화 제작을 총괄한 박찬욱 감독은 “가지각색 영상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는 게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각본을 만들 수 없는 작품이었죠. 어떤 영상이 응모되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격과 수준이 결정되니까요. 하지만 ‘식재료’가 정말 좋았습니다. 영상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아이디어들 덕분에 감독으로서 행복한 고민을 많이 하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요.”

박찬경 감독 역시 ‘고진감래’를 만들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 지성’이 참여해 만든 영화”라며 “아름다운 서울보다는 체취가 느껴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화가 끝난 뒤 “일부러 꾸미지 않은 모습이 서울을 더 매력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함께 서울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나간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라며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서울을 새롭게 조명한 독특한 영화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