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식→채권… 글로벌 머니 안전자산으로 흐른다

입력 2014-02-12 01:35 수정 2014-02-12 09:46


“2014년 글로벌 경제는 실적장의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전환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다.”(2013년 11월 말·A증권사 연구원)

“글로벌 경기와 물가를 보면 경기회복이 지속돼 2014년 투자시계는 주식비중의 확대가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확산이 기대된다.”(2014년 1월 초·B증권사 연구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험자산에서 떠났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돌아온다는 분석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오히려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리버스 로테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11일에도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팔자’를 이어갔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2조575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뺀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3조1188억원의 돈을 채권시장에 쏟아부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한 지난달 29일 이후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자금이동은 더욱 짙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해외 뮤추얼펀드 집계 결과,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283억 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채권형 펀드에는 147억6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여전히 외면하는 건 최근 악재가 연이어 터진 탓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추가 실시한 여파로 아르헨티나·터키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퍼졌다. 더불어 최근 중국 경기지표가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들이 적극적 투자를 외면하면서 경기회복이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증권 공원배 연구원은 “신흥국 위기와 더불어 선진국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악화된 것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반영됐다”며 “일부 악재가 겹쳐 나타난 일시적 성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속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등의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 추세 반전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중국은 올해가 사실상 경제구조 개혁 원년이어서 정책 리스크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불안한 경제 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9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