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흡수통일 대비 긴급재난·경제안정화 대책 필요”
입력 2014-02-12 01:35
“남북한 합의통일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북한 급변 사태에 따른 집권세력 붕괴로 남한 주도 혹은 중국 주도의 흡수통일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진단한 뒤 통일에 대비한 철저한 이론적·실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사실 더 어려운 것은 (합의통일보다) 흡수통일”이라며 “약 10년 정도는 1국 2체제로 남과 북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과 노동의 남북 이동을 제한적으로 하고 북한을 남한의 특별행정구역으로 설정해 북한 체제의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자생적 경제발전, 그리고 남북한 경제의 통합을 단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 이사장은 통일경제학 필요성을 역설한 뒤 분리 관리를 전제로 한 긴급 재난대책과 단기 경제안정화 대책을 우선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식량과 상품의 사재기와 폭동 가능성 등 인도적 재난상황에 대한 경제적 준비와 함께 추락한 화폐의 공신력과 장마당 기능 등을 회복시킬 경제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돌리는 체제이행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제변화 이행 초기에는 집단농장을 해체해 사유화하고 소기업, 식당, 소규모자영업 등 소규모 사유화를 추진한 뒤 비효율적인 국유대기업을 효율적인 사유대기업으로 바꾸는 구조조정도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 과제로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과 막대한 천연자원을 활용한 북한경제 발전전략과 한반도 국토 공간 전체를 재기획하는 남북경제 통합전략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국민들은 통일이 대박이 될지, 부담이 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학자들은 냉전이 끝난 후 구(舊)사회주의권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겪은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이행경제에 대한 개혁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도 학술대회 주제발표문을 통해 “남북한의 재통일은 우리가 당면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 국가과제”라며 “그동안 통일비용을 과다하게 생각해 왔지만 독일이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모두 배우면 통일비용을 상당한 정도로 감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일 후 30여년이 경과한 2050년의 통일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선진국과도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술대회에 제출한 논문인 ‘베커의 가족 경제학과 한국의 평균 출산율’을 통해 전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한국의 출산율이 2050년쯤 2명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출산율은 남북한 통일과 경제성장, 여성임금 상승 속도, 정부의 다출산 장려정책 등 여하에 달려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추이로 볼 때 향후 35년 이후 출산율은 유엔 전망치인 1.68명을 넘어 2.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