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장관급, 분단 65년 만에 만났다
입력 2014-02-12 02:32
중국과 대만이 11일 분단 뒤 65년 만에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을 갖고 양안 정부 간 상시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왕위치(王郁琦) 주임위원은 오후 2시부터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자금산장(紫金山莊) 호텔에서 가진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신화망(新華網)과 국영 CCTV는 양측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92년 공통인식(共識·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양안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장 주임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상시기구는 쌍방의 소통과 이해를 넓힐 뿐 아니라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서로 협의해 처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주임위원은 회담에서 “양측은 앞으로 양안 관계에 절대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하고 후퇴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언론들은 회담에 대해 ‘양안 당국 간 직접대화의 시대 진입’ ‘새로운 이정표’ ‘중대 돌파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비해 중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는 등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CCTV는 현장 취재 중인 기자를 연결해 ‘역사적인 당국 간 접촉’이라는 의미와 함께 회의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달했다.
그동안 양안 대화는 준정부기구 성격의 협상 채널이나 당대당 대화에 의존해 왔다. 이번 회담에 따라 앞으로 양안 협력은 경제와 민간 교류를 뛰어넘어 정치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회담 전 미묘한 입장차를 노출시켰다. 대만 입법원은 왕 주임위원이 이번 회담에서 ‘해서는 안 되는 3가지’를 제시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즉 중국 측과 어떤 형식의 문건이나 공동성명도 채택해서는 안 되고, ‘하나의 중국’이나 ‘대만독립 반대’ 등 대만의 주권을 침해하는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어떤 형식의 정치적 담판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측도 대만 대표단에게 3가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호인 ‘중화민국’을 언급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 이슈를 거론하지 말고,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번 회담은 특히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총통 간 양안 정상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때문에 주목을 끌었다. 양측은 회담 뒤 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마 총통은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카드로 두 사람 간 회담인 ‘시마후이(習馬會)’를 활용하려 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은 시마후이에 대해 ‘국가 지도자 간 회담 형식 불가’와 ‘국제회의 장소 불가’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회담에는 중국과 대만은 물론 서방 언론 등 88개 매체의 기자 200여명이 취재에 나설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