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執猶… 18개월 만에 집으로
입력 2014-02-12 02:32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이 1·2심과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4차례 재판을 거친 끝에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1심에서 법정구속된 지 1년6개월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1일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령했다. 벌금 1억원은 이미 형이 확정돼 김 회장에게 선고된 벌금 총액은 51억원이다.
2009년 7월 재벌 총수 비리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 이후 유지돼온 엄벌 기조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돌려막기 형태의 지급보증 피해가 종국에는 모두 보전됐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배임 혐의는 인정되지만 실질적인 회사 피해가 과대 해석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회장이 회사 자산을 개인적 치부에 활용하지 않아 전형적인 재벌 범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이 1597억원을 법원에 공탁하는 등 피해 변제에 힘쓴 점과 악화된 건강도 집행유예 선고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파기환송 이유로 지적한 배임액도 다시 산정했다. 김 회장의 범행으로 인한 계열사 피해액은 1585억원으로 다소 낮아졌다. 지난해 항소심 재판부는 계열사 피해액을 1797억원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액 산정 기초가 되는 부동산 감정평가 등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회장은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이 열리자 법원에 개인 돈 1186억원을 공탁했고, 지난해 12월 26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추가로 467억원을 공탁했다. 계열사 피해액 대부분을 공탁한 셈이다.
김 회장은 법정구속 후 544일 만에 석방되게 됐다. 구속기간 동안 김 회장이 실제로 구치소에서 보낸 건 145일 정도다. 1년 넘게 외부 병원에서 지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6일 법정구속 이후 호흡곤란 우울증 등을 호소했다. 이날도 오후 3시32분쯤 접이식 침대에 누운 채 법정에 들어섰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선고를 들었다.
김 회장 선고 직전에 구자원 LIG 회장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면서 이른바 ‘3·5제’(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로 불렸던 재벌 양형 공식이 부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이 모두 사비를 털어 피해 변제를 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돈으로 죗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해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