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은 음반 재킷 디자이너 “디자인 할 땐 ‘섬김’ 떠올려”
입력 2014-02-12 02:32
‘강남스타일’이 담긴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7)의 정규 6집, 수많은 10대들 마음을 뒤흔든 그룹 빅뱅과 투애니원의 앨범들, 지난해 크게 히트한 싱어송라이터 이적(본명 이동준·40)의 정규 5집….
가수의 연령, 음악의 장르도 제각각인 이들 음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디자이너 장성은(37)씨가 음반 재킷 디자인을 총괄한 앨범들이란 점이다. 2000년 한 디자인 회사에 입사해 여러 가수들 음반을 디자인했던 그는 K팝 열풍의 숨은 공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CJ E&M센터에서 장씨를 만났다. 반짝이는 그의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이러한 질문에 “디자인을 할 때마다 ‘섬김’이란 단어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잖아요?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제게 디자인을 의뢰한 가수, 그 사람을 섬기는 마음을 갖고 고민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장씨에 따르면 음반 디자인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인물들 중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대학(한동대)에서 전공한 건 자동차디자인. 장씨는 “‘정규 코스’를 밟지 않은 게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장씨는 싸이와 빅뱅 등이 소속된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YG)에서 내놓는 음반들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쌓았다. 2004∼2010년까지는 YG로부터 ‘외주를 받아’ 음반을 디자인했고,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는 YG에 정식으로 입사해 YG디자인센터 실장을 역임했다.
YG에서 퇴사한 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펼쳐보고 싶었기 때문. 최근 그는 1인 회사를 설립해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장씨는 “많은 사람들과 나의 달란트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YG는 제게 정말 좋은 대우를 해준 곳이었어요. 하지만 (사업 분야가 한정돼 있는 만큼) 한계를 느끼기도 했죠. 다양한 기업들을 상대로 디자인 컨설팅 업무를 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고 싶어요.”
장씨가 이날 CJ E&M센터를 찾은 건 케이블 채널 tvN에서 만드는 강연 프로그램 ‘창조클럽 199’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창조클럽 199’는 국내 명사 1명이 99명의 패널을 상대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고 이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프로그램. 무대에 오른 장씨는 상상력이 갖는 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그가 출연한 방송분은 12일 오후 6시50분에 방영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