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정보위 보안강화 시급한 과제다

입력 2014-02-12 01:33

우리나라 국회에 정보위원회가 상임위로 신설된 때는 1994년이다. 설치 목적은 ‘국가정보업무에 대한 국회의 효율적인 통제와 국가기밀 보호의 상호 조화 필요성’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정보위는 이를 위해 국정원 예산을 들여다보고, 국정원으로부터 주요 활동을 보고받는다. 동시에 정보위원들은 국가기밀과 국정원 예산내역의 공개 또는 누설 금지 등의 의무를 지닌다. 미국이나 독일 등의 의회도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보위에서는 다른 나라 의회에서 볼 수 없는 일들이 종종 벌어졌다. 국정원으로부터 비공개로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 정보위 여야 간사가 주요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하거나, 국정원에 무리한 대면보고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보위원들이 국정원이 보고한 민감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래도 처벌은커녕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국회 정보위를 통해 정보가 줄줄 샜던 것이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20년 만에 정보위의 보안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유도 정보위의 정보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여야 간사는 기밀 누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며, 대면보고 장소를 정보위 회의실로 제한하고, 정보위 회의실 주변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하는 것 등에 잠정 합의했다. 정보위에서 기밀이 흘러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정보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들이다. 이를 위해 국회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조문화 작업도 마쳤다고 한다. 정보기관 통제기구의 보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합당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회의원의 말할 권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개악 중의 개악”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정보 유출의 부작용 역시 매우 심각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