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도쿄지사 선거 다시보기

입력 2014-02-12 01:34

지난 9일 치러진 도쿄지사 선거 결과는 많이 아쉬웠다. 보수우익 노선으로 독주하는 아베 신조 총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유력 후보가 두 명이나 나왔기에 기대가 적지 않았으나 결과는 반(反)아베 진영이 표를 나눠 갖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가 지지한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성 장관이 득표율 43.4%, 211만여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어 득표율 20.2%의 우쓰노미야 겐지 변호사, 19.6%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12.6%의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 순이다.

결과만 보면 이번 선거는 분명 아베 총리의 승리다. 득표율 2위의 우쓰노미야 후보는 공산당과 사민당 등의 지지를 받아 탈원전을 비롯해 아베정권의 우경화 비판에 초점을 맞췄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비롯해 민주당의 몇몇 전 총리들의 지지를 받고 출마한 호소카와 전 총리는 탈(脫)원전·반아베를 내세웠으나 유권자들은 마스조에 후보가 강조했던 복지와 경제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만약 반아베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면 시너지효과를 감안할 때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우쓰노미야와 호소카와 후보의 득표율은 총 39.8%로 마스조에 수준으로 접근한다.

호소카와 후보를 밀었던 오자와 이치로 생활당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진 게 아니다. 만전을 기해 싸웠더라면 이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만전을 기함’이란 당연히 우쓰노미야 후보와의 연대를 가리킨다. 고이즈미 전 총리 역시 “이번 선거로 탈원전 주장이 가라앉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표자의 4할 정도가 탈원전에 찬성했다는 점을 꼽았다.

마쓰바라 진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도 비록 지지후보는 낙선했지만 되레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반아베 전선의 존재를 실감하면서 “앞으로도 노조 렌고(연합)와의 결속을 중시하면서 적극적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베 총리보다 훨씬 더 심각한 극우보수주의자 다모가미 후보가 61만여표나 얻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넷우익(인터넷상에서 활약하는 보수우익)들이 지지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로 보면 20대 득표율이 마스조에 후보 36%에 이어 24%나 된다. 일본의 젊은 층이 극우보수주의를 지지한다는 점은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그래도 반아베 전선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독주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조용래 수석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