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첫 경기부터 불운에 울었다
입력 2014-02-11 02:59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소치올림픽 첫 경기인 1500m에서 악몽을 꾼 듯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에 밀리고, 한국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안현수는 새로운 조국 러시아에 동메달을 안겼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준결승 1조에서는 하필 안현수와 박세영(21)의 자리싸움이 벌어졌다.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진출권을 노린 박세영은 추월을 위해 안쪽 코스를 파고들었고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던 안현수와 부딪쳤다. 두 선수 모두 멈칫했지만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은 안현수가 먼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몸싸움이 많은 쇼트트랙 특성상 안현수와 한국 선수들의 충돌은 앞으로 올림픽 기간 내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어 준결승 2조의 신다운·이한빈에 기대를 걸었던 남자 대표팀은 더 큰 좌절을 맛봤다. 신다운과 이한빈은 세 바퀴를 남겨둔 시점까지 나란히 1, 2위를 달렸다. 동반 결승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코너를 빠져나오던 순간 1위로 달리던 신다운이 갑자기 미끄러졌고 뒤이어 달리던 이한빈까지 신다운의 몸에 걸려 함께 넘어졌다. 출전한 세 선수 모두 결승 진출이 좌절될지 모르는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한빈은 걸려 넘어진 점이 인정돼 결선에 진출했지만 7명 중 6위에 그쳤다.
안현수는 결선에서 샤를 아믈랭(캐나다), 한톈위(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3000m 계주까지 3관왕을 이룬 지 8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올랐다.
러시아 홈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안현수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체력 문제 탓에 개인전 중 가장 약하다는 1500m에서 메달을 획득한 만큼, 남은 500m와 1000m 등에서도 추가 메달 획득이 가능해 보인다. 안현수는 특히 올 시즌 월드컵에서 500m 종합 선두에 오른 이 종목 최강자다. 안현수는 결선이 끝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보냈다.
한편 남자 1500m 3회 연속 금메달 목표가 좌절된 한국 쇼트트랙은 500m와 1000m에는 2명씩밖에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탓에 메달 전망이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이한빈은 한국 취재진에게 “현수형이랑 결승에서 맞붙어서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오늘 한국 선수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삼아 남은 경기에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