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머니가 아니네" 폭설 속 할머니 2명 구조
입력 2014-02-10 21:03
[쿠키 사회] 119대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구 할머니시죠?” 그러나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홍간데...”
기도를 하기 위해 강원도 산골에 들어갔다가 폭설에 꼼짝없이 갇혔던 70대 노인이 10일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구조 과정에서 고립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80대 노인도 함께 발견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구모(79) 할머니가 하루 전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외딴집에서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삼척소방서 구조대원 1명이 일단 먼저 눈발을 뚫고 신고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진입로부터 눈이 허리춤까지 쌓여 도저히 뚫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지난 6일부터 닷새간 삼척에 내린 눈의 양은 80㎝가 넘었다.
오전 10시 17분쯤 구조·구급대원 3명이 다시 현장에 도착, 합심해서 눈을 헤치고 올라가기를 30여 분.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민가가 보였고 마침내 할머니 한명을 발견했다.
그러나 민가에서 발견된 사람은 구 할머니가 아니라 닷새째 고립돼 추위에 떨던 주민 홍모(83) 할머니였다. 폭설로 전날부터 이 일대에 전기가 끊긴 바람에 홍 할머니는 난방도 하지 못하고 전화도 한 통 못한 채 구조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뜻밖에 홍 할머니를 구조한 대원들은 눈길을 뚫고 힘을 내 45분을 더 올라간 끝에야 고립돼 있던 구 할머니를 구조할 수 있었다.
구 할머니를 업고 2시간 동안 1.5㎞의 눈밭을 헤치고 10일 오후 2시40분쯤 하산한 홍순문(53) 삼척소방서 도계119안전센터 구조팀장은 “눈이 엄청나게 쌓여서 나 자신도 아찔했다”면서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 팀장은 “구 할머니께서 너무 미안하다며 자꾸 돈을 주려고 해서 만류하느라 혼났다”면서 “더 늦기 전에 할머니 두 분을 안전하게 구조해 다행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