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주장
입력 2014-02-10 19:47
[쿠키 사회]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10일 오후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박근혜 사퇴·이명박 구속촉구’ 시국미사를 열었다.
정규완 원로사제는 이날 미사강론에서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선택해야 할 일이 있다”며 “진정한 국민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가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신철폐를 꾸준히 외쳐온 한국의 천주교 사제들은 전두환 정권 때는 5·18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모임을 가졌고 1980년대에는 박종철 사망사건을 폭로해 민주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2012년 12월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과정을 언급했다.
정 원로사제는 “당시 선거개입 댓글 혐의로 국정원 여직원이 추궁을 받을 때 박근혜 후보는 ‘연약한 여인’이라고 감싸고 있었다”며 “서해안 북방한계선 관련 남북 대화록도 철저하게 이용한 뒤 나중에는 광고지 수준으로 폐기해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선거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일이 없다’는 한마디 말로 책임을 피했다”며 “행정의 수반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광주대교구 김성용 원로사제와 전주교구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사제와 신도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은 신도들로 가득 찼고 미처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도 500여 명은 밖에서 미사를 지켜봤다.
이영선 정평위 위원장 신부의 집전으로 시작된 시국미사는 복음과 봉헌성가, 강론, 묵상 등의 순으로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됐다.
정평위는 미사 직전 배포한 성명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출 과정부터 합법적이지 않다”며 “민주공화국으로서 가치를 바로 세우고 온 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에는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 100여명이 동구청 앞에서 시국미사 반대집회를 가졌다. 반대집회를 마친 한 참석자는 시국미사가 열리는 남동성당에 곧장 입장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나 큰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5개 중대 500여명을 남동성당과 동구청 인근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1980년 당시 5·18민주화운동 구속자 구명과 석방을 위한 미사를 열었던 광주 정평위는 지난해 10월 33년 만에 시국미사를 열어 국정원 사태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한 바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