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오늘의 스타] 女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동메달 제니 존스

입력 2014-02-11 02:57

英 첫 설상 메달 ‘헝그리 보더’

동계 종목의 불모지 영국에서 90년 만에 설상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주인공은 ‘헝그리 스노보더’ 제니 존스(34·여).

존스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여자부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87.25점을 받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국이 제1회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 대회에 참가한 이래 90년 만에 처음으로 획득한 설상 종목 메달이었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은 3개의 장애물과 3개의 점프대가 설치된 총연장 565m의 코스를 내려오는 겨울철 X-게임 종목의 하나다.

존스는 결선 1차 시기에서 73.00점을 받아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 무려 14.25점이 오른 87.25점을 받아 극적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근대 스포츠의 요람인 영국은 유럽 대륙과 달리 춥지 않은 기후 탓에 그동안 동계 종목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4년 전 밴쿠버대회에서 영국은 금메달 1개로 19위의 성적에 머물렀다. 영국이 밴쿠버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수는 한국(45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개에 불과하다.

존스는 자국에서 스노보드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는 스노보더 경력을 이어가려고 골판지 공장과 도넛 가게, 스키 리조트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2012년에는 은퇴를 고민하던 중 슬로프스타일이 소치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12월에는 훈련 도중 넘어져 뇌진탕 증세를 보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런던올림픽 남자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앤디 머레이는 결선이 치러지는 동안 트위터에 “제니 존스, 그녀 말고는 모두 슬로프에 넘어지기를 바란다면 잘못된 건가?”라는 글을 남기며 존스를 응원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동메달을 목에 건 존스는 “믿을 수 없다. 너무 힘든 기다림이었다”는 말로 선수생활 17년을 되돌아봤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