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돈 새는’ 일부만 막았는데… 2014년 1500억 아꼈다

입력 2014-02-11 02:33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맨 먼저 거론되는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내부감사를 통해 100건의 조치를 요구, 올해 예산 편성에서 1500억원에 가까운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10일 밝혔다. 방만 경영 위험요소를 점검해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자평이다.

최경수 이사장은 지난달 거래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후선 부서를 영업 파트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하겠다”, “호텔에서 열던 세미나를 거래소 강당에서 개최해 5000만원 들던 예산을 1000만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사 결과는 그간 거래소의 방만함을 고스란히 방증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장비 과다 지급 등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은 거래소 민영화 의지를 거듭 밝히는 최 이사장이 임기 중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예산절감 사투=거래소는 이러한 내용의 ‘2013년 연간감사보고서’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게시했다. 거래소는 내부감사의 성과로 예산편성협의회가 올해의 예산 중 1467억원을 절감한 것을 꼽았다. 올해의 예산과 별개로 지난해 일상감사를 통해 발굴한 예산절감액도 54억91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부감사로 내려진 행정·신분조치 100건(모범사례 3건 포함)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부서는 최 이사장이 슬림화 대상으로 언급한 경영지원본부(모범사례 2건 포함 60건·10명)였다. 경영지원본부는 일상감사로 절감한 예산 54억9100만원 중에서도 40억6000만원(73.9%)을 차지했다.

단체 후원 기준 등이 포함된 연간 기본계획 수립 필요성, 해외 출장경비 처리 부적정 사례 등이 경영지원본부 내부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경영지원본부에서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출장경비 과다 지급이 적발돼 전액 환수 조치됐다. 거래소 감사위원회는 “출장경비 입력 시스템의 개선, 여비 지급 내역의 주기적 점검, 각 부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거래소는 10명 이상의 해외출장은 임직원 여부에 관계없이 국외출장심의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단체의 후원 기준을 마련하고 성과를 분석하라는 지적이, 지난해 7월에는 문화·체육·복지 행사에 대한 객관적인 후원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관의 여건, 유관기관의 수준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라”는 감사위원회 의견도 있었다.

◇위기대응 개선=거래소는 지난해 내부감사 결과를 총평하며 “리스크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거래소에서는 7월에만 두 차례 등 총 세 차례의 전산사고가 발생, 위기대응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었다. 거래소는 전사적 위험 평가를 실시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진단·개선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경영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도 모색한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내부감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본부 종합감사에서는 27건에 이르는 시장 안내사항 정정공시를 낸 공시업무부에 주의 조치가 떨어졌다. 코넥스 등 신시장 시스템 구축과 전산장애 재발 방지책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는 감사실 직원의 인사상 우대를 강화해 내부감사를 통한 경영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