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공공기관 노사 질타 안팎] 수십년 관행화된 勞使 ‘밥그릇 챙기기’에 선전포고

입력 2014-02-11 01:36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연대 움직임까지 보이는 공공기관 노사(勞使)를 강도 높게 질타한 것은 수십년 동안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해온 이들 기관을 향한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개혁을 가장 중요한 올해 국정운영 방향으로 제시하자 공공연하게 반발 양상을 보여 왔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은 정부에 의해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된 개별 공공기관 노조들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상급노조 차원에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가세, 최근 304개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회의를 갖고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대한 공동 투쟁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노조들이 정부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이 누려온 엄청난 복지 혜택만으로도 도저히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나 다름없었던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방만 경영으로 인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노조원들은 치과 보철비와 경조금, 휴직급여, 가족간호 휴직 보상급여, 위로금 등 각종 명목의 혜택을 받아 챙겨왔다.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육비, 학자금, 경조금 등 복지비용이 무려 3174억원이나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 대한석탄공사 등 12개 공기업이 가진 부채만 해도 2012년 말 현재 412조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으로는 진 빚의 이자조차 갚지 못할 만큼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음에도 질병에 걸린 직원의 가족에게까지 무상 지원을 하고 병이 나을 때까지 무기한 휴직급여를 주는 등 ‘퍼주기’를 일삼았던 셈이다. 직원 가족의 틀니비를 챙겨주는가 하면 시험관 아기 시술비, 3년간의 안식휴가를 보장하는 공기업도 있었다. 심지어 노동법상 명백하게 불법인 노조에 대한 운영비 지급을 노사 합의라는 명목으로 매년 시행해온 공공기관도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노조원들에 대한 복지·교육·의료·휴가 비용들은 해당 공기업의 영업이익이 아니라 국민 혈세에서 빠져나갔다. 석탄공사는 직원 1인당 1년 복지비만 1242만원을 지급했다. 직원 1인당 1년 복지비는 한전 795만원, 예금보험공사 679만원, 도로공사 464만원, LH 303만원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은 최근 5년간 3000억원이 넘은 복지비를 지출했다. 일부 기관은 해외에서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도 고액의 학자금을 지급했다. 직원 가족한테도 100만원 한도의 치과 치료비를 지원한 기관도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295개 전체 공공기관 전체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루 이자비용이 200억원이 넘는다”고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이들 부채 상위 기관들로부터 방만 경영 근절 이행 계획을 제출받은 상태다. 이를 토대로 조만만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한 뒤 실천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