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의 아이돌’ 피아니스트 임동혁 전국 투어 “잘 안 치던 베토벤 월광 등 새로운 도전”
입력 2014-02-11 02:32
올해 서른 살이 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사진)이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쇼팽 등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곡들로 관객을 사로잡던 그가 평소 잘 선보이지 않던 베토벤의 ‘월광’ 등 레퍼토리를 들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것이다.
그는 10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잘 하는 것만 치면 되지 못하는 걸 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는데 욕심이 생겨 음악적 변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잘 못 치는 곡 중에서도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좋은 곡이 너무 많고, 최근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절제된 연주를 들으면서 자극받았다고 한다. 그는 11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 전국을 누비며 8차례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그가 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등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는 ‘Less is more(적은 게 더 많은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표현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표현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베토벤의 월광은 강물 위에 비친 달빛을 연상시킨다”며 “그동안 베토벤을 못 친다고 자꾸 움츠러들었는데 이번 무대에서 내 스타일과 다른 의외의 모습으로 월광을 잘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의 이름 뒤에는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나 ‘피아노 신동’ 등의 별명이 따라다녔다. 깔끔한 외모에 감성을 자극하는 뛰어난 실력 덕에 대중가수들처럼 소녀팬들을 끌고 다녀 생긴 것이다. 여기에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당시 편파 판정을 이유로 3위 수상을 거부한 일화가 겹치면서 그는 팬덤과 동시에 안티 팬들을 몰고 다녔다.
그는 ‘클래식계 아이돌’이란 별명과 관련, “제 음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식어는 싫은데 ‘건반 위의 구도자’ 같은 거 좋잖아요”라며 웃었다. 이번 전국 투어가 그런 꼬리표를 떼내고 피아니스트 임동혁으로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듯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