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영 기자의 소치 다이어리] 김연아 옛 코치 오서, 올림픽 2연속 金 영광 차지할까?
입력 2014-02-11 01:34
김연아의 옛 코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가 올림픽 2연속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2007년 김연아와 손을 잡은 오서는 4년 전 밴쿠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 드라마를 합작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를 앞세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오서는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로 꼽혔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4년 사라예보올림픽과 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각각 미국의 스콧 해밀턴과 브라이언 보이타노에 밀려 2연속 남자 싱글 은메달에 그쳤다. 특히 홈에서 열린 캘거리올림픽 당시 남자 싱글은 ‘브라이언의 전쟁’으로 불리며 초미의 관심을 모았는데, 금메달을 놓친 그가 “죄송합니다, 캐나다”라고 울먹이던 모습은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래서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을 제패하자 미국과 캐나다 언론은 “오서가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김연아와 오서는 밴쿠버올림픽 이후 결별했다. 서로 네탓 공방을 벌였던 두 사람은 소치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다시 만났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에서 압도적인 1위 후보이고, 오서가 지도하는 하뉴는 남자 싱글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2012년부터 토론토에서 오서와 훈련해온 신예 하뉴는 2012∼2013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에서 각각 2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마침내 1위에 올랐다. 하뉴는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99.84점을 받아 패트릭 챈(캐나다)의 종전 기록(98.52점)을 깨고 세계 기록을 다시 썼으며, 합계 293.25점으로 우승했다. 최근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에서도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하뉴의 최대 경쟁자는 캐나다의 패트릭 챈이다. 2011∼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챈은 캐나다에 첫 번째 남자 싱글 금메달을 안겨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도 점프 난조를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캐나다는 그동안 오서를 비롯해 엘비스 스토이코, 제프리 버틀 등 걸출한 남자 싱글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림픽에선 번번이 금메달을 놓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서가 소치에서 하뉴를 앞세워 금메달을 따면 자신의 한을 풀 수 있겠지만 조국 캐나다에는 비수를 꽂게 된다. 피겨 남자 싱글은 오는 13일, 14일 열린다.
소치=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