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김연아의 또 다른 복병 ‘러시아 안방텃세’
입력 2014-02-11 02:32
진짜 실력인가, 패기와 홈 텃세가 가미된 거품인가.
러시아의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소치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리프니츠카야는 기술점수(TES) 71.69점, 예술점수(PCS) 69.82점을 받아 141.51점으로 그레이시 골드(미국·129.38점)를 여유 있게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2.90점으로 1위에 올라 이틀 연속 개인 최고점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쇼트와 프리 결과를 더하면 그의 점수는 무려 214.41점으로 여자 싱글 역사상 3번째로 높다. 비록 단체전에서 나온 것이지만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18.31점 다음이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김연아가 국내 대회에서 받은 227.86점보다는 낮지만, 유일한 국제 대회였던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기록한 204.49점을 뛰어넘는다.
러시아는 리프니츠카야를 비롯해 남자 싱글의 예브게니 플루셴코가 쇼트와 프리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4개 종목에서 고른 활약으로 피겨 단체전의 첫 금메달이자 러시아의 소치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경기장에 와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시니어 무대 2년차인 리프니츠카야였다. 1998년생으로 현재 만 15세 8개월인 리프니츠카야는 러시아가 소치올림픽을 겨냥해 육성해온 신예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뒤 2012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2위와 지난 1월 유럽선수권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 언론 역시 리프니츠카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 혜성처럼 나타난 (체조의) 나디아 코마네치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고, USA 투데이는 “15세의 러시아 피겨 선수는 점프와 예술성에 눈이 부셨다”고 극찬했다.
다만 리프니츠카야의 높은 점수에는 러시아의 홈 어드밴티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리프니츠카야는 쇼트와 프리 둘 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3x2)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하지만 트리플 러츠 점프와 트리플 플립 점프는 롱에지 판정을 받아야 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또 스케이팅 기술, 동작의 연결, 연기,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안무 해석력 등 예술성을 평가하는 5개 항목(각각 10점 만점)의 구성점수 역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았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홈 텃세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리프니츠카야는 인터뷰에서 “이번에 김연아를 직접 보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지희 국제빙상경기연맹 공인심판은 언론 인터뷰에서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의 파워풀한 점프나 표현력을 따라 갈 수 없다”며 “김연아의 스케이팅 수준은 한 수 위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면 우승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연아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해 명실공히 ‘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될지,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리프니츠카야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