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獨 루지 시설·장비 과학 접목 韓 쇼트트랙 훈련·전술 탁월

입력 2014-02-11 01:34


‘눈과 얼음의 경연’ 동계스포츠는 자연조건에 따라 각국의 주력 종목이 판이하다.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는 알파인스키, 설원이 펼쳐진 노르웨이,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노르딕스키의 강국이다. 루지, 봅슬레이 등 썰매종목에서는 훈련시설과 장비가 탁월한 독일이 초강세다.

독일은 이번 소치대회 루지 남자 1인승에서 펠릭스 로흐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루지에 걸린 금메달 4개 중 1개를 먼저 가져갔다. 루지는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이후 지금까지 나온 메달 120개 가운데 71개를 독일이 챙겼다. 금메달만 따지면 41개 가운데 28개가 독일 차지였다. 이번 대회 남은 3개도 독일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10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루지에서 독일이 독주하는 이유는 훈련 시설과 장비가 탁월한 데다 물리학과 공기역학 등을 활용한 과학적인 훈련기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역대 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는 금메달 132개 가운데 31개를 오스트리아가 획득했고 스위스가 18개로 그 다음이다. 노르딕 복합에서는 금메달 31개의 3분의 1이 넘는 11개가 노르웨이에 돌아갔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미국과 네덜란드가 29개의 금메달로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뒤를 이어 러시아(27개), 노르웨이(25개)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빙속 첫 종목인 남자 5000m에서 1∼3위를 싹쓸이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열린 여자 3000m에서도 이레너 뷔스트(4분00초34)가 금메달을 따내 전통의 빙상 강국임을 입증했다. 네덜란드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90개(금31, 은32, 동27)의 메달 중 86개(금29, 은30, 동27)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얻었다.

바이킹의 후예로 신체조건이 탁월한 데다 자연조건도 빙속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량이 바다보다 낮아 인공 제방과 수로가 발달했다. 겨울이면 누구나 손쉽게 스케이트를 즐기는 환경이 조성된다.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팅은 축구 다음 가는 인기 스포츠다. 이번 대회 경기장엔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막시마 알렉산더 왕비 그리고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가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만큼 국민적 관심도가 지대하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된 쇼트트랙에서는 한국이 그동안의 금메달 40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9개를 가져왔다. 캐나다와 중국이 나란히 금메달 7개씩으로 뒤를 이었다. 신체조건이나 훈련 여건이 탁월하지도 않은 한국이 강세를 보인 것은 엄청난 훈련량의 결과다. 순위 싸움으로 치러지는 종목 특성상 파워가 밀리더라도 스케이팅 기술과 순발력, 경기 운영 능력 등으로 만회할 수 있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