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② 브라질 신학자들이 본 개신교 상황

입력 2014-02-11 02:32


개신교 성장통 속 이슬람 등 타종교 도전 거세

지난 6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감리교대학교 상베르나르드 캠퍼스의 신학대학 회의실. 브라질의 양대 신학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이곳의 대표적 신학자 4명이 남미 교회를 탐방 중인 12명의 한국인 신학대학원생을 위해 특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은 브라질의 전체 종교 및 개신교 현황을 소개하고 신학적 이슈 등에 대해 토론했다.

현재 브라질의 종교 비율은 가톨릭 68%, 개신교 22.5%, 무신론자 8%, 나머지는 아프리카 종교 등 기타 종교다. 여성 신학자 산드라 두아르띠 데 소우자 교수는 “소수지만 불교와 이슬람교 등의 종교도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이슬람은 지난 10년간 29%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 있다.

최근 들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충성심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소우자 교수는 “오순절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감리교인, 점을 보는 기독교인, 아프리카 종교 예식에 참여하는 장로교인도 있다”며 “종교의 다원성이 브라질 종교인들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충성심 하락은 종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오순절교회 내의 갈등도 새로운 이슈다. 오순절교회는 최근 20년간 브라질 개신교회의 성장을 견인한 교단이다. 루터교 신자인 라우리 에밀리오 겔트 교수에 따르면, 10년마다 진행되는 브라질 인구조사에서 오순절교회는 1990년부터 10년간 15%, 2000년부터 10년간 7% 성장했다. 교단 규모가 커지면서 체계적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이 브라질 오순절교회 내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그는 “체계적으로 신학교육을 받은 청년 목회자들과 그렇지 않은 원로 그룹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내 여성사역자의 낮은 지위 문제는 한국과 비슷했다. 소우자 교수는 “브라질도 한국처럼 매우 남성중심적 사회”라며 “여성 목회자들은 남성 목회자의 아내로서 조력자 역할을 하거나, 남성 목회자들이 기피하는 지역에 파송돼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근 브라질 침례교단이 정기총회에서 여성 목사의 안수를 승인했지만, 침례교목사협의회는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감리교 목사인 히베이루 교수는 “최근 브라질 감리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탈퇴했는데, 에큐메니컬 운동의 약화는 브라질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감리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멕시코 감리교회도 WCC를 탈퇴했고, 쿠바 감리교회는 장로교 등과 함께 운영하던 신학교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감리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지도부가 브라질 감리교회를 이끌고 있어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헨더스 교수는 “사실 역사와 통계를 보면, 브라질 감리교회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을 때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뤘다”며 “감리교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대부분 지도부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은 이들 신학자가 한국신학생들과의 공동연구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함에 따라 상파울루 감리교대학교 신학대학과 국내 신학대학의 교환학생 및 교환연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상파울루=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