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때문에… 디젤차가 휘발유차 앞질렀다

입력 2014-02-11 01:33

지난해 디젤(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등록에서 디젤차 비중이 휘발유차를 넘어서기는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등록된 디젤차가 67만2025대로 휘발유차 65만6128대보다 많았다고 10일 밝혔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디젤차 43.5%, 휘발유차 42.5%다. 2012년까지만 해도 휘발유차 비중(47.2%)이 디젤차(38.6%)에 비해 확연하게 높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반전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유가다. 기름값이 비싸지면서 연비를 차량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싸고, 연비도 디젤차가 더 좋다. 캠핑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SUV는 상당수가 디젤차다.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소음을 크게 줄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수입차도 디젤차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규등록 수입차를 연료별로 보면 디젤이 61.7%로 가장 많다. 이어 휘발유 34.0%, 하이브리드 3.6% 등이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업체는 디젤엔진을 단 고급 중형세단을 대거 들여와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놨다.

올해는 디젤차와 휘발유차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도 수입차와 맞서기 위해 디젤엔진을 쓰는 세단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말 디젤엔진을 장착한 아반떼와 K3를 이미 출시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신규등록은 2012년에 비해 0.7% 증가한 154만3564대였다. 업체별로는 현대·기아차가 1·2위를 차지했다. 다만 전년에 비해 비중이 다소 줄었다. 등록한 승용차 소유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20·30·40대가 모두 감소하고 50대만 0.6% 늘었다. 특히 20대는 2012년 연령대별 판매비중에서 9.9%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9.0%로 크게 줄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인차량 등록은 2012년 24만4609대에서 지난해 27만1985대로 11.2% 증가했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해외 공장에서 생산·판매한 자동차는 37만8867대로 월 기준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월간 최대 해외생산 기록은 지난해 4월의 36만2627대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터키 공장의 ‘3교대 풀가동’ 체제를 본격화했고 기아차는 거점별로 특근제를 활용해 생산을 늘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