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보당국 정보 수집에 미인계 동원
입력 2014-02-11 01:33
영국 정보 당국이 바이러스 유포와 언론인·외교관 감시에서부터 미인계까지 동원해 첩보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NBC방송 인터넷판은 9일(현지시간)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통해 단독 입수한 기밀문건을 토대로 영국 정보기관 정부통신본부(GCHQ)가 ‘더러운 수법’을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더러운 수법의 사용은 테러 단체나 범죄용의자, 특정 국가, 해커 등을 추적한다는 명목이었다.
NBC가 입수한 문건은 GCHQ가 2010년부터 2년 동안 미측 협력기관인 국가안보국(NSA)과의 합동회의용으로 만든 파워포인트 자료다. GCHQ가 산하 해커전담 조직 ‘합동위협연구첩보그룹(JTRIG)’을 통해 이펙트(Effect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첩보활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NBC는 이펙트 작전이 GCHQ가 미국의 파트너 기관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2012년 문건에는 ‘대사 연회(Ambassadors Reception)’로 이름붙인 컴퓨터 바이러스를 유포한 내용이 들어 있다. 문건은 바이러스가 “사용자의 이메일을 삭제하고 모든 파일을 암호화하며 컴퓨터 화면이 흔들리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고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적었다.
GCHQ의 첩보활동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특히 ‘허니 트랩(honey trap)’이라는 미인계를 통해 첩보 대상을 끌어들여 협박했다. ‘인터넷 데이트’ 상대로 가장해 상대를 속이고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문건은 “허니 트랩이 통하기만 하면 아주 성공적”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성공 사례는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 2010년 작성된 다른 문건에 따르면 GCHQ는 언론인에게 특정 정보를 흘려 퍼뜨리도록 유도하는 수법과 외교관을 상대로 호텔 예약 정보를 확인한 뒤 원하는 호텔로 유도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GCHQ는 법적으로 허용된 한계 안에서 첩보활동을 한다는 기존의 해명만 반복했을 뿐 보도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NBC는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