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50만명 대박 대구미술관, ‘인사’ 잡음 구설수

입력 2014-02-11 01:32


지난해 대구시립미술관은 ‘대박’을 터뜨렸다. 개관 2년을 맞은 지역 미술관으로는 보기 드물게 관람객 50만명을 기록했다. 흥행 돌풍의 중심에는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회고전(사진)이 있었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33만명이 몰려들어 1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전시기획만 알차고 좋다면 미술관이 어디에 있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사례가 됐다.

그랬던 대구미술관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큐레이터협회(회장 윤범모)는 지난 4일 ‘응답하라, 대구시 그리고 대구미술관: 시간을 끌며 답변을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구사마 전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큐레이터 4명이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해고된 것에서 비롯됐다.

큐레이터협회는 “2012년 4월 김선희 관장이 부임한 이후 1년 9개월 동안 평균 5개월마다 큐레이터 한 명씩을 해고한 셈”이라며 큐레이터 연쇄해직(계약해지) 사유에 대한 공개질의를 지난달 대구시와 미술관에 보냈다. 하지만 대구시는 “계약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 외에 어떤 조치나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큐레이터협회는 미술관 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것이다. 협회는 “개관이전부터 밤낮없이 성실히 근무하면서 미술관의 운영기조를 만들어온 4인의 큐레이터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들의 일터로부터 쫓겨나야 했다. 이들은 전임 관장이 뽑은 큐레이터들로 현직 관장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급기야 대구미술관의 불합리한 운영까지 문제 삼았다. 국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미술관은 작품을 매매하거나 중개할 수 없는 데도 미술관 측이 2012년 3월 개최한 전시 작가의 작품을 컬렉터와 화랑에 판매를 알선했다는 것이다. 대박을 터트린 구사마 전시도 ‘국내 최초’ 개인전이라고 홍보했으나 2003년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된 바 있다고 공개했다.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이번 사태는 임기제 관장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기 2∼3년의 관장이 바뀌고 나면 전임 관장이 채용한 큐레이터들은 계약만료와 함께 해고되는 일이 매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이 아니라 관장의 개인 친분에 따라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국공립 미술관의 관행에 변화가 필요함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