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서울시장 후보들의 ‘朴心’논란 볼썽사납다

입력 2014-02-11 01:51

의원 줄세우기와 계파나누기는 역풍 불러올 것

새누리당 내에서 ‘박심(朴心)’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누구에게 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더니 급기야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 내홍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이들 가운데 정 의원은 7선 의원이고, 김 전 총리는 감사원장과 대법관을 역임했다. 두 명 다 중량감을 갖춘 거물급이다. 새누리당은 이들이 경선에 참여하면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빅매치가 될 것이고, 경선 이후 이른바 ‘컨벤션효과’로 본선 승리도 가능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중지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친이계 및 비박계는 정 의원을, 친박계는 김 전 총리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는 설(說)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잡음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정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 서울시장 경선구도 자체가 계파 간 대결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다.

‘박심’을 문제 삼는 쪽은 정 의원 측이다. 정 의원 측에서는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이유는 ‘박심’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계속 표시하고 있다. 정 의원 본인도 “친박이니, 청와대 의중이니 하는 표현들이 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나아가 ‘박심’을 믿고 출마를 검토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논쟁은 쉽게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선에서 친이·비박계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 없이 ‘박심’이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박심’을 등에 업고 공천 받으려는 쪽 모두 정도(正道)가 아니다. 구태정치다. 이혜훈 최고위원 말마따나 해당행위이기도 하다.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 명을 이끄는 중요한 자리다. 그 지위에 오르겠다는 인사들이 경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면서 말싸움을 벌이는 건 볼썽사납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갈등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한 주요인도 친박·친이계의 다툼이었다. 또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이라는 3자구도로 지방선거가 실시되면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내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향후 경선과정에서 줄 세우기나 계파 나누기가 재현될 경우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지방선거 공천에 절대 간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새누리당에 전달해야 한다. 지방선거 경선은 새누리당 주도로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정도의 입장 표명으로는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