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념 변경보다는 실질적 중산층 육성해야

입력 2014-02-11 01:41

정부는 모호한 중산층 기준을 보완하고 세분화한 보조지표를 개발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가구 소득 외에 순자산과 가계지출 등을 포함한 중산층 기준을 만들고, 중산층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산층의 사회적 개념을 담은 보조지표도 마련할 방침이다.

중산층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과 다양한 복지정책,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남발하는 각종 공약의 근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중산층 개념은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 50∼150%의 가구로, 대략 국민의 65%가 중산층 범위에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따라 중산층의 범위가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중산층의 연소득 상한선을 1억2000만원으로, 박근혜정부는 5500만원으로 보았다. 여야 간에 정권교체를 한 게 아닌데도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부가 통상 사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중산층의 연소득 2126만∼6377만원도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정치권은 기준을 제시하기는커녕 중산층에 서민 개념까지 덧입혀 애매모호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중산층 개념을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하기 힘든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경제규모는 팽창하는 반면 중산층 비중이 급감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 개념을 적용한 중산층 비중은 1990년 74.47%, 2000년 70.87%, 2010년 67.33%로 추락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7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13%, 7.10%, 16.26%로 크게 늘어났다. 고령화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빈곤이 인화성 높은 사회문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규직일 때에는 간신히 중산층에 들었지만 퇴직을 기점으로 경제적 신분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중산층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이들이 해마다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은 세금 내고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고 노후를 위해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런 범주에 들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민 통념상 맞지 않는 중산층 개념을 손질하고 선진국처럼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서는 여건을 만드는 동시에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주저앉는 계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갈등을 조정·치유할 수 있는 주도층으로 중산층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 대다수가 중산층이라고 느끼도록 정부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