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메디컬 리조트, 의료관광대국 초석되길
입력 2014-02-11 01:31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의료관광객은 20만명, 의료관광수입은 3500억원이다. 건강 관련 여행수지는 2011년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었다.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관광이 허용된 지 4년 만에 이룬 성과치곤 대단하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아직 초보 수준이다.
2011년 기준으로 태국은 156만명, 인도 73만명, 싱가포르는 72만명의 의료관광객이 다녀갔다. 이들 나라가 우리보다 의료기술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병·의원 시설이나 의료기술, 진료비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문제는 숙박이나 교통, 관광, 통역 등 비의료서비스 부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9일 제주에 문을 연 국내 첫 메디컬 리조트 ‘위(WE)호텔’은 그런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의료와 휴양시설을 결합한 이 호텔은 제주의 천연수를 이용해 물속에서 명상과 함께 관절운동, 스트레칭, 자세 교정 등을 받는 수(水)치료실과 건강검진센터, 미용성형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제주 관광도 하고, 휴양하면서 치료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인 셈이다.
제주 한라병원이 3년여간 준비했다는데 병원이 호텔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제주도가 2011년 의료법인도 호텔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특례조례를 도입한 덕분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의료관광을 위한 여행업이나 숙박업, 외국인환자유치업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는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제주도가 만약 병원이 돈벌이에만 나선다는 비판여론에 밀려 메디컬 리조트 사업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위호텔은 문을 열 수 없었을 것이다.
의료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3배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의료관광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을 오지 못하게 막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걷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의료기술 수준이 한 수 위이고, 한류 관광붐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들에 뒤처질 이유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