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의 시편] 부드러운 개입
입력 2014-02-11 01:31
캐스 선스타인은 오랜 행정 관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심플러’에서 간결한 넛지(Nudge·팔꿈치로 누군가를 조금 미는 것)의 힘을 증명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99%가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반면 독일에서는 12%만 동의한다. 두 나라에서 의식이나 문화적인 차이보다는 ‘디폴트(기본값)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선택적 거부를 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한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가 있어야만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다.
1986년 미 프로농구 올스타 게임 3점 슛 경연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보스턴 셀틱의 슈터 래리 버드가 경쟁자 리언 우드와 마주쳤다. 리언을 이길 전략은 단 두 마디였다. “이봐 리언 자네 최근 슛 동작을 바꿨나, 예전과 달라 보이는데.” 그는 당황했다. 버드는 3점 슛 경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공이 “미끄럽게 느껴진다”고 덧붙인다. 리언 우드는 그날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냈고 래리 버드는 우승을 했다.
레리 버드의 개입행동을 놓고 윤리적인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지혜를 배워보자는 것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변하는 것은 단순하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3점 슛 대회에 나가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넌 슛 폼이 가장 안정적이고 루틴은 일관성이 있구나.” “오늘 공이 너와 참 잘 어울린다.” 그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3점 슛 대회에서 우승할 순 없어도 누군가를 우승으로 이끌 수는 있다. ‘기본값 규칙’을 지혜롭게 정해 놓거나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수님은 나쁜 짓을 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한 여인의 심판을 주장하는 자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셨다. “너희들에게 이 여인을 심판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면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그 여인에 대한 변호를 시도했다면 율법을 어겼다고 공격 받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그들을 돌려보내고 불쌍한 여인을 살리셨다.
사람마다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다.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불평을 하거나 평가 섞인 비난을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가 더 어려워진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사람과 주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불행한 공동체가 된다. 불행의 열매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몫이 된다. 사람들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뭔가 대단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부드러운 개입’이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체중을 줄이라고 말하기 전에 초콜릿이 든 그릇을 옮겨놓는 일부터 하는 것이다. 방 정리를 잘하라고 말하기 전에 가만히 아이의 방을 침묵 속에서 정리해주는 것이다. 바라는 대로 해 주는 것은 ‘부드러운 개입’의 완결편이다.
<일산 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