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대통령 옆에 개그우먼… 좌석 배치의 정치학
입력 2014-02-11 01:37
대통령 옆에 앉았던 인물의 면면을 보면 관광정책의 방향이 보인다?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 옆에 좌정한 4명의 인물에 시선이 쏠렸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관광진흥확대회의라 대통령 옆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여당의 유력인사가 좌정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TV 화면에는 뜻밖에 개그우먼 김지선씨와 파라과이 출신의 방송인 아비가일 알데레테가 앉아 있었다. 관광 관련 인사이기는 하나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탈레브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과 김성욱 도래소프트 대표도 당당하게 박근혜 대통령 옆에 자리를 차지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 초대받은 180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관광정책이나 관광산업과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정동식 한국체육과학연구원장,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이 그렇다. 이외에도 항공기 승무원, 정원 디자이너 등이 대통령을 마주보고 앉았다.
관광산업과 연관성이 없을 것만 같은 인사들의 청와대 초청은 문화체육관광부 이진식 관광정책과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었다. 저출산 시대에 3남 1녀를 둬 다산왕으로 불리는 김씨는 ‘가족’을 상징한다. 봄·가을 관광주간을 설정하고 가족여행을 권유하는 정책을 홍보하는데 김씨가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방송인 아비가일은 주한외국인의 국내관광 유도를 뜻하고, 애플리케이션 ‘여행노트’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도래소프트의 김 대표는 관광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리파이 UNWTO 사무총장 초청은 국제협력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대거 초청한 것도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주문하기 위한 일종의 ‘압력’인 셈이다.
북한의 장성택이 처형되자 국내외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장의 주석단 좌석배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김정은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장성택 숙청 후 요동치는 북한 권력 지형을 한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김정은 옆에는 실세로 부상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앉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 옆에 관료나 정치 실세가 아니라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인물을 앉혔다. 이것이야말로 ‘공간의 정치학’이다. 그 의도대로 한국관광이 청마처럼 질주하기를 기대해본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